취임 인터뷰│유승우 설봉서원 원장
취임 인터뷰│유승우 설봉서원 원장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1.08.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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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상상력과 공감하는 감성력으로 ‘살아있는 일등서원’

복천 서희선생, 율정 이관의선생, 모재 김안국선생, 소요재 최숙정선생 위패 모셔
제례봉행·후학양성·유도진흥·문화창달… 이천 시민의 평생교육의 장으로

이천시 관고동에 위치한 설봉공원에는 다양한 길이 있다. 등산로를 따라 산을 타거나 설봉호수를 돌며 운동을 즐길 수 있고, 진입로부터 앞만 보고 걸어가다 이천세라피아를 만나 뒤를 돌면 탁 트인 이천의 전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렇게 누구나 자주 다니는 길이 아닌 또 다른 길이 설봉공원에 존재한다. 설봉공원 안에 있는 이천시립월전미술관부터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오른쪽에 자연과 어우러진 한옥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곳이 바로 조선시대 1564년(명종19)에 유림의 공의에 따라 세운 서원이자 선현의 유덕을 계승하는 기호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서원인 ‘설봉서원’이다. 설봉서원은 복천 서희선생, 율정 이관의선생, 모재 김안국선생, 소요재 최숙정선생에 대한 제사뿐만 아니라 일반 성인 등을 위한 평생교육의 장으로 2007년부터 현재까지 교육에 참여한 인원이 40만 명에 이른다.


유서 깊은 설봉서원의 제8대 원장으로 지난달 15일 유승우 전 이천시장이 취임했다. 이천의 3선 시장과 19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유승우 원장은 지난 2000년 이천시장으로 재직 당시 설봉서원 복원을 추진, 2007년 복설(復設)이 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선현의 숭고한 유지를 받들면서 고전과 현대를 접목하는 창조적 상상력과 공감하는 감성력을 함양해 대한민국 600여 개 서원 중 살아있는 일등서원이 되는 것’을 꿈꾸는 유승우 원장.


코로나19로 연기되어 4단계 조치가 완화되면 오는 9월 15일 열릴 예정인 취임식을 앞두고, 지난 24일 유승우 원장을 만나 설봉서원의 태동부터 앞으로의 비전까지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제8대 설봉서원 원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천 시민들께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설봉서원 제8대 원장으로 취임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저를 추대하기 위해 노력해주신 최석홍 이사장님을 비롯한 4대 문중 대표님과 임원, 서원 가족 여러분, 그리고 위촉장을 전달하신 엄태준 시장님 등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유서 깊은 설봉서원을 경영하는 원장이라는 직책에 대한 무거운 사명감을 느낍니다.
서원의 핵심 기능은 ‘도(道)의 구현(具現)’입니다. 도(道)는 바로 ‘인간(人間)의 길’ 결국 인간애(人間愛, Humanism)를 함양하는 것입니다. 인류가 꿈꾸는 이상향인 대동사회(大同社會)는 마이클 센델 교수가 주장하는 도덕 중심의 정의 사회이자 인간 중심의 복지사회일 것입니다.
이러한 꿈이 설봉서원에서부터 퍼져나가기를 염원하며, 제 자신부터 ‘설봉서원’이라는 명품 브랜드 형성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설봉서원은 어떤 곳인가요?설봉서원은 지금으로부터 457년 전인 1564년(명종19) 이천부사 정현이 이천읍 창전동 안흥지 옆에 설립, 이는 최초 사액서원인 백운동서원보다 21년 늦은 기호지방 최초서원으로 출발했습니다. 그 후 1592년(선조25)에 관고리로 이전됐고,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1871년 훼철되는 등 서원 흥망성쇠의 변천 속에서도 4현의 향사를 지속 유지해 오다가 훼철 136년만인 2007년에 현재의 서원 모습으로 복원(復元)됐습니다.
현대사회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맞아 마을공동체와 가족공동체가 크게 해체되고 핵가족 개인 지향의 사회로 변화하면서 전통문화가 소홀해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서원의 2대 기능은 향사(享祀)와 교육(敎育) 기능입니다.
첫째는 설봉서원에 배향된 4분의 선현(先賢)은 성종 12년(993년) 중군사로 북계에서 홀홀단신으로 적장 소손녕과 담판 후 거란 80만 대군을 격퇴하며 민족사적인 국제외교의 승리를 보여준 복천(福川) 서희(徐熙)선생, 성종 14년(1483년) 경연에서 대학과 중용 및 천지도수, 일월성신, 세차력법을 강론한 율정(栗亭) 이관의(李寬義)선생, 기묘사화를 피해 이천 부발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향약, 농서·잠서를 보급한 모재(慕齋) 김안국(金安國)선생, 자연을 동경하고 세속의 명리를 초월한 소요재(逍遙齋) 최숙정(崔淑精)선생으로 모두 위국정신(爲國精神)과 학덕(學德)이 뛰어난 분들로 매년 봄·가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기능은 강학과 교육입니다. 현재 서원 본당인 명교당(明敎堂)과 동재, 서재의 기숙사를 활용한 설봉대학(雪峯大學)을 설립, 일반 성인 등의 평생교육의 장으로 2007년부터 현재까지 10여 개 과목에 제13기를 배출했습니다. 본 서원을 거쳐 간 연인원이 단기 수료까지 합쳐 무려 40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는 전국 600여 개 서원 중에서 향사 기능에만 멈추지 않고 교육 기능도 병행하여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살아있는 서원’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설봉서원 운영 또한 지방자치단체인 이천시와 협약해 지원조례로 정한 것은 설봉서원이 전국 최초입니다.
예의와 질서를 중시하는 선비정신이 충만한 곳이 이천이며, 이천의 정신문화를 잇는 중심이 바로 설봉서원입니다.

 

■ 설봉서원과의 인연은?
서원이 훼철된 지 136년 만인 2007년 현재의 모습으로 설봉서원이 복설(復設)된 동기(動機)는 제가 민선 이천시장으로 재직 시 1999년 경북 안동시와 자매도시 결연을 맺으면서, 선비의 고장 안동시는 26개의 서원이 존치되고 있는데 비해 이천시는 1개의 서원도 없다는 사실에 크게 자극을 받아 전국기초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예산을 지원, 4대 문중과 함께 복원을 서두르게 됐습니다.
복원된 지 14년이 된 현재, 전통문화와 현대 첨단문화를 아우르는 이천정신(홍익(弘益), 상생(相生), 모험(冒險))을 확립해 설봉서원이 평생교육의 학습센터로 그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 이천시장, 국회의원 등 많은 일을 역임하시고 설봉서원 원장으로 취임하셨는데, 향후 설봉서원을 통해 원장님께서 꿈꾸시는 청사진은?
대한민국 600여 개 서원 가운데 '살아있는 일등서원'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재작년에 한국에 9개 서원이 세계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이는 그만한 역사와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인정받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설봉서원은 소수서원에 이어 기호지방에 설립된 최초의 서원이었으나 구한말 대원군의 서원훼철정책으로 휴면기를 거쳐 복원된 지 14년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상기(上記) 유네스코에 등재된 서원의 장점을 취합, 설봉서원에 접목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고자 합니다. 우리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우리 후학(後學)들은 선현(先賢)의 숭고한 유지(遺志)를 받들면서 종래의 사고방식에서 탈바꿈해 고전을 현대에 접목하는 「창조적 상상력과 공감하는 감성력」을 함양하는 터전을 만들고자 합니다. 따라서 교육관의 건립을 이천시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우리 모두 그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나아갑시다.

 

■유승우 설봉서원 원장 프로필
▲학력
·이천농업고등학교 졸업
·고려대 문과대학 사학과 졸업
·상지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경력
·행정고시 합격(21회)
·이천 군수·시장(임명직, 초대, 2대, 3대)
·제19대 국회의원 (안행위, 농림수산위)
·(사) 다산목민교육원이사장/원장(2006)
·(재) 이천시민장학회이사장
·강남대학교 행정학 석좌교수(2006~현재)
▲저서
·시집-흐르는 물처럼
·수필집-큰 바위 얼굴, 배우며 생각하며, 이섭대천의 꿈, 흙으로 빚는 대붕의 꿈, 역사의 언덕에서, 함께 꾸는 꿈은 이루어진다, 목민관의 길, 여기에길이 있었네, 바른 정치의 길, 이천목민심서 등
·박사논문-지역 학습정책이 로컬 거버넌스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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