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태순 작가
인터뷰│김태순 작가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1.06.1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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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에서 파리까지, 새로운 출발점에 선 김태순 작가
우리 민족의 진정한 ‘얼’을 담은 작품 선보여
작품 디지털화 등 재생산 통해 새 숨결 넣을 것
김태순 작가
김태순 작가

모가면 산내리의 마국산은 풍경뿐만 아니라 특별한 공간을 하나 품었다. 바로 김태순 미술관이다. 계절이 가득한 둘레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김태순 미술관까지 금방이다. ‘우리 민족의 얼’을 대표하는 김태순 작가를 6일 만나 새로운 꿈을 물었다.

■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모가면 산내리에 사는 김태순 작가입니다. 귀한 문화유산에 담긴 정신과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세계에 알리는 작품을 하는 것이 작가로서 이루고픈 가장 큰 목표이자 사명입니다.

이천은 지난해 여름, 모가면 산사태를 겪은 후 더욱 각별해졌어요. 산사태로 지금까지 작업해온 작품들과 재료들은 사라졌지만,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천에 정말 잘 왔구나, 이천은 사람이 참 좋구나 싶었죠. 보답하고자 미술관을 시민을 위한 힐링 공간으로 열어두려고요. 열심히 작업해서 작품을 선보이는 것도 물론이고요.

《봄의 여신(그리움)》 2019 / 김태순作

■ 자신의 작품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얼’ 또는 ‘조선의 얼’입니다. ‘조선의 얼’은 ‘우리 민족의 얼’이라는 대표성을 가집니다. 얼은 역사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자 뿌리이죠.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접해온 문화들을 작품에 담고자 했어요. 작품은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며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작품에 주로 사용하는 소재는 한지와 고서입니다. 작업의 소재를 찾고자 전국을 돌며 빛바랜 한지, 서책, 필사본, 습지 등을 수집하고 분류했습니다. 이 과정은 선조들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며, 선조들의 삶과 정신을 돌아보는 귀한 공부가 되죠.

《조선의 얼》 2006 / 김태순作
《조선의 얼》 2006 / 김태순作

■ 작업의 주재료로 한지를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지는 제 작품의 정서를 표현하기 가장 적합한 재료이자 제가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재료예요. 한지는 얇고 가벼우면서도 질기고 유연하죠. 수명은 천 년을 가고요. 채색과 염색이 자유롭고, 특유의 섬유질로 덕에 따스한 손맛이 있습니다. 한지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제 작품에는 한복 주름, 옷고름, 바느질 자국 등이 자주 등장하는데, 한지는 이를 표현하기 아주 적합해요.

■ 미술작가가 된 계기는?

어려서부터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건 아니었어요. TV도 없던 시절이었고, 원체 시골에 살아서 화가가 뭔지도 몰랐어요. 다만 초등학교 다닐 때 나무를 그려오라는 숙제가 있었어요. 덧칠을 계속하니 명암이 나타나고, 질감이 보이는 게 재밌더라고요.

그때 나무 한 그루가 뿌리내리고 계속 자라고 있는 것 같아요. 노력하면 뭐든지 될 수 있어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선택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님 오시는 날》 2019 / 김태순作
《님 오시는 날》 2019 / 김태순作

■ 작품 활동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관객들이 제 작품을 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감명과 감동을 받을 때 큰 성취감을 느낍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위로와 공감을 준다는 그 성취감이 원동력인 것 같아요.

LA 전시를 할 때 만난 할아버지 관객 한 분은 정말 잊지 못해요. 제 작품에서 어린 날의 자신을 발견했다며 우시더라고요. 이민 와서 성공하는 동안 잊고 있던 민족의 뿌리를 찾은 것 같다면서요. 우리 민족의 ‘한’을 환기하고, 작품을 통해 추억을 찾은 거예요. 보는 사람에 따라 제 작품이 큰 의미로 다가갈 수 있단 걸 깨달았어요. 이러한 성취감은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 향후 어떤 방향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으신가요?

기존 작품들을 촬영해 디지털화하고, 재탄생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과감하게 재생산해서 작품세계를 확장시키고 연출하는 거예요. 디지털화하나 작품은 출력 후에 다시 덧작업 과정을 거칠 수 있어요. 제 작품 자체는 선조들이 남긴 유산을 콜라주 형태로 해왔기 때문에 이를 디지털화 한다면 또 다른 의미로 교훈을 남길 거예요.

터닝 포인트는 새로운 길을 가는 전환점이라면, 피팅 포인트는 수면 아래 있던 노력의 결과가 수면 밖으로 튀어나올 때 쓴다고 하죠. 지금 시기는 터닝 포인트이자 피팅 포인트예요. 산사태로 작업장의 1/3을 잃었어도 하나의 계기가 됐습니다. 기존의 작업들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키면 오히려 시선을 끌고, 큰 의미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작가로서 계속해서 이뤄가고 싶은 꿈이 있다면?

“다시 새롭게, 18홀을 돌기 위해 장갑을 낀다”라는 친구의 말에 공감하며 칠순의 새로운 인생은 이천에서 시작해 프랑스까지 가는 것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10년 주기로 새로운 꿈을 꾸며 새출발을 해왔어요. 40대에 인사동에서 첫 전시를 했고, 50대에 청담동에 입성했습니다. 60대에는 뉴욕문화원 전시를 했고, 환갑잔치는 LA문화원에서 했어요. 70대에는 이천에서 새로운 시작을 열어갈 차례입니다. 2008년에 뉴욕에서 처음 개인전을 열고 미국 전시가 연결되었듯, 지금 순간들이 프랑스로 향하는  초석이 될 거라 생각해요.

조성원 이천문화원장님, 이미경 과장님을 비롯한 이천문화원 분들, 한정혜 작가님, 또 여기 오기까지 믿음을 준 우리 가족들과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 김태순 작가의 프로필

1953년 경남 창녕에서 출생했다. ‘조선의 얼’을 다방면으로 작품에 담아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어바인 등 해외 개인전을 비롯해 다수의 개인전, 그룹전, 아트페어 경력이 있다. 특히 2013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장 폴 게티 미술관에서 <아시아를 보다 : 루벤스와 아시아의 만남>전을 개최했다. 

김숙자 발행인 / 김문수 기자
 

김태순 미술관

김태순 미술관 내부의 모습. 김태순 작가는 미술관을 찾는 손님이라면 누구든지 환영한다며 따뜻한 차 한 잔에 반가움을 담아 맞이하겠다고 전했다.

위치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마국산로 278-9
전화 031-635-9553
홈페이지 www.kimtaes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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