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지역이 살리고, 지역은 책이 살린다.” 제4회 한국지역도서전 메시지
“국가는 지역이 살리고, 지역은 책이 살린다.” 제4회 한국지역도서전 메시지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0.11.1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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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길만 (출판역사연구회장)
부길만 (출판역사연구회장)

지난 1016일 제4회 한국지역도서전 참가차 23일 일정으로 대구를 다녀왔다. 한국지역도서전(조직위원장 문무학)은 서울이 아닌 지역의 출판사에서 발간한 도서들을 전시하는 행사인데, 금년은 한국지역출판연대(회장 신중현, 학이사 대표)가 대구 수성구(구청장 김대권)와 공동으로 주최했다.

한국지역출판연대는 지역의 다양한 콘텐츠를 살려내고 우리의 소중한 민족문화를 지키려는 지역출판사들의 모임인데, 2017년 제주시에서 제1회 한국지역도서전을 개최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다음 해인 2018년 경기도 수원에서, 2019년 전북 고창에서 지역도서전을 성황리에 진행한 바 있다.

4회째인 올해는 5월에 수성구 수성못 상화동산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10월로 연기되면서, 오프라인 전시를 못하고 온라인으로 하게 되어, 회원사 대표들과 집행 관계자들만 참석하였다. 지역도서전 개막식 행사에서 행한 조직위원장의 메시지는 인상적이었다.

국가는 지역이 살리고, 지역은 책이 살린다.”

현재 국가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는데, 진정한 지역 발전은 문화가 그 원동력이다. 따라서, 문화의 핵심 역할을 하는 책문화를 살리는 일이 중요한 과제임을 알리는 메시지라 할 수 있다.

개막식 후 이어진 만찬에서는 지난 해 지역도서전을 주관한 전북 고창의 유기상 군수 인사말이 있었다. 작년 고창에서의 지역도서전 개최를 계기로 지역문화 살리기 운동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나아가, 고창이 전봉준의 동학혁명이 일어난 역사적 장소임을 환기시키며, “지역도서전은 우리 시대를 바꾸는 문화혁명이라고 강조했다. 문득, “모든 혁명은 변두리에서 시작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개막식 행사의 핵심은 천인독자상시상식이었다. 천인독자상은 지난 1년 동안 지역의 출판사에서 펴낸 책 중 가장 소중한 도서를 뽑아 표창하는데, 상금 모금 방식이 독특하다. 1인당 1만 원씩 모아 천 명의 독자 후원자들로 천만 원을 모으는 방식이다. 나도 후원에 동참했는데, 1만 원 이상 내는 분들도 있어 마감 전에 천만 원이 찼다고 한다. 모두 420명의 후원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니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천인독자상의 중요한 심사 기준은 지역의 특수성을 기록하고 한국문화의 다양성에 기여하는가인데, 월간 토마토에서 발행한 <대전여지도 3>을 대상 도서로, <5.18 우리들의 이야기>(심미안 발행)<다시 시월, 1979>(산지니 발행)를 공로상 도서로 선정했다. 심사평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대전여지도 3>은 대전 유성구의 오래된 마을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예전에 있었던, 그러나 지금은 없어진 공간과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온 날들, 지나온 길들을 무()로 만들지 않고, 생생한 기억으로 남기고 있다.

<5.18 우리들의 이야기>19805월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광주서석고등학교 동창생들이 자신들의 체험담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은 현재 광주민주화운동이라 불리는 5.18을 외부자의 눈이 아닌, 내부인, 당사자의 눈으로 현장을 바라보고, 우리 모두가 피해자인 동시에 주인공임을 보여준다.

<다시 시월, 1979>는 부마민주항쟁의 새로운 증언과 의미를 담은 책으로 부마민주항쟁과 그 후의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부마민주항쟁 주역들의 인터뷰와 그날의 회고를 통해 10.16부마항쟁이 한국의 민주화항쟁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의와 위상을 새롭게 밝히고 있다.

이번 한국지역도서전에서는 위의 도서 외에도 전국의 80여 지역출판사에서 발행한 출판물들이 온라인으로 소개되고, 아울러 지역 출판사들의 활동이 다양한 영상으로 비쳐진다.

개막식 후 이 도서전의 집행을 맡은 수성구의 용학도서관(관장 김상진)을 방문했다. 이 도서관은 지역의 독서문화 진작을 위하여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데, 특히, 어린이와 학부모 그리고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 권장 활동이 두드러졌다. 어린이를 위한 숲도서관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도서관 뜰에는 가족 단위의 소규모 채소 농장, 벼 심기, 나비 키우기 등을 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마련해서 주민들이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도서관에는 이와 관련된 자연 생태 관련 도서와 그림들이 가득했다.

이번 한국지역도서전에서는 대구, 영남권 출판문화를 시기별로 알려주는 영상이 제작되어 상영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도서관에서 관련 전시물들을 직접 보며 설명을 들었는데, 그 내용은 참으로 다양했다. 고려시대 대구 팔공산 부인사의 초조대장경 봉안, 조선시대 경상감영의 영영장판(嶺營藏板) 제작 및 영영본(嶺營本) 간행, 근대 출판사인 재전당서포와 광문사의 방각본(坊刻本) 간행, 현대 인쇄기계 생산과 남산동 인쇄골목 조성 등이다.

또한, 이번 여행 중에 대구 유학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계동정사(溪東精舍)를 방문할 수 있었다. 계동정사는 수성구 파동 출신의 조선 중기 문인이었던 계동 전경창(1532~1585)이 자신의 집에 문을 연 학당을 말한다. 전경창은 퇴계의 제자로서 대구에 처음으로 퇴계 성리학을 전파하고, 대구 최초의 서원인 연경서원을 건립해 지역인재를 양성했던 인물이다. 불의에 강력 저항했던 전경창의 정신은 제자들에게 이어져 임진왜란 때 그의 문하에서 의병장들이 다수 나왔다고 한다. 말하자면, 불의에 저항하는 대구 정신의 초석을 마련한 인물인데, 그의 학문과 업적이 현존하는 문집 등 각종 출판물을 통해서 최근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

그 외에도 이번 행사 중에는 저자 초청 강연, 내방가사 시연, 지역 우수 독서동아리 시상,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재난 기록에 대한 지역출판의 역할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특기할 만하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최근 코로나19 재난기에 겪었던 대구 시민들의 체험을 기록한 단행본 <그때에도 희망을 가졌네>(학이사 발행)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이 책에는, 코로나 확진자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때 시민들은 오히려 차분해졌고, 직장을 잃고 사업장이 문을 닫는 좌절의 시기에도 꿈을 잃지 않았던 시민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은 ‘2020 대구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고, 일본어 번역판(쿠온 출판사 발행)도 나왔다. 책의 출간 직후 학이사의 신중현 대표는 아사히신문 및 NHK방송과 전화 인터뷰를 하여 일본 언론에 나왔다 하니, 책의 반향이 컸음을 알 수 있다.

필자도 이 책을 읽으며, 절망의 시기를 극복한 사례를 기록으로 담아내어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 지역출판사의 소명의식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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