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이천시립월전미술관서 근현대 한국화 매력에 빠지다
깊어가는 가을, 이천시립월전미술관서 근현대 한국화 매력에 빠지다
  • 김현 기자
  • 승인 2019.10.1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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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벽(雙璧): 남농(南農)과 월전(月田)의 세계’展 12월 8일까지 열려
두 대가의 작품 비교 기회… 남농 허건·월전 장우성 대표작품 53점 공개

이천시립월전미술관(관장 장학구)2019년 가을 기획전으로 쌍벽(雙璧): 남농과 월전의 세계전을 지난 2일 개최했다.

128일까지 약 두 달간 이천시립월전미술관 1·2·3·4전시실에서 20세기 후반 문인화의 상징적인 존재인 남농 허건(1907~1987) 화백과 월전 장우성(1912~2005) 화백의 1930년대 초기 작품부터 말년 작품까지 총 53점을 공개, 대가들의 작품세계의 변천을 따라가며 한국 현대 미술사를 조명하는 전시이다.

생전 좋아했던 장미를 화려하고 깔끔하게 그린 월전 장우성 화백의 ‘꽃다발’
생전 좋아했던 장미를 화려하고 깔끔하게 그린 월전 장우성 화백의 ‘꽃다발’
속도감 넘치는 필치로 제작한 남농 허건 화백의 ‘소나무’
속도감 넘치는 필치로 제작한 남농 허건 화백의 ‘소나무’

문인화를 통해 전통의 가치를 되살리고 현대 한국화의 길을 제시했던 두 대가의 평생에 걸친 치열한 모색의 흔적과 수묵채색화 특유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비교할 수 있는 기회다. 남농 허건 화백과 월전 장우성 화백은 실제 경치와 대상에 대한 사생(寫生)을 통해 과거 문인화에 없던 사실성을 강화했고, 불균일하고 분방한 선과 먹을 통해 표현해냄으로써 현대성과 한국성이 어우러진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남농 허건 화백은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특유의 산수화풍을 개척해나간다. 목포 일대의 실경을 제재로 원근법을 적용시킨 사실적인 구도에 활달하고 분방한 먹과 담채의 선과 점을 산, 바위, 나무에 구사하여 운동감 넘치는 화면을 만들었다. 또한 1970년을 기점으로는 사실성을 좀 더 누그러뜨리고, 먹과 붓의 효과에 따른 표현성을 한층 증대시킨 산수화풍을 전개하여 눈에 보이는 자연물로서보다는 그 자체의 분위기와 느낌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월전 장우성 화백은 1950~60년대부터 화조화를 중심으로 문인화의 요소들을 접목시켰다. 자연스러운 먹의 점, , 면과 그 퍼짐을 적절히 이용해 사실성과 표현성이 조화를 이룬 화면이 완성됐다. 1960년대부터 강한 시사성을 내포한 화조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1970년대 말 이후 더욱 본격화하여 작품상에서 의미적인 측면과 지적인 측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남농 허건 화백은 후기 작품세계에 있어서 자신의 산수화의 중요한 경물이었던 소나무만을 클로즈업해서 그 질감과 양감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낸 소나무 그림을 본격적으로 개척했고, 남농송(南農松)으로 이름을 떨쳤다. 월전 장우성 화백의 경우 수묵채색화 특유의 색과 선의 장점을 살린 장미 그림을 특화시켜, 월전장미(月田薔薇)로 명성을 얻었다. 강하고 역동적인 미감을 선호한 허건과 정제되고 우아한 미감을 추구한 장우성 작품세계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번 전시는 남농 허건 화백과 월전 장우성 화백의 작품세계를 비교하면서 감상할 수 있으며, 근현대 서울화단과 호남화단을 대표했던 두 대가의 작품세계의 변천 및 특징과 지역적 차원에서 미술의 특징을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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