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시의향기(227)-김용택‘농사꾼 김씨의 집’
[연재]시의향기(227)-김용택‘농사꾼 김씨의 집’
  • 안진아 기자
  • 승인 2006.07.25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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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았던
농사꾼 김씨가 살았던 집
마당이고 뚤방이고 뒤안이고 장독대고 간에
풀들이 우북우북 자랐다
저 집에도 저 풀 우거진 집에도
저 피어나는 꽃 같은 얼굴로
사람들이 살았던 집이다
꺼멓게 끄을린 서까래와
무너진 흙벽과 흙담
문을 꽝꽝 질러 놓았어도
담쟁이 넝쿨은 뚫어진 문구멍으로
뻗어간다
저기 저 방에서도
환히 불 밝혀
저기 저 마당에
웃음소리 새어나와
달빛을 부수던 때도 있었다
마당엔 발들이 밀 틈도 없이
풀들이 우거져
내 키를 넘고
이제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이 자란 풀들이
서럽게 꽃을 피운다
이제는 붉은 얼굴로
언뜻언뜻 떠오르는 사람들
저 무너지는 집, 잡풀이 처마까지 자란 집에도
사람 좋은 농사꾼 김씨가
작년까지 살았던 집이다


김용택(1948~ )‘농사꾼 김씨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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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인을 흔히 ‘섬진강의 시인’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그가 태어나고 자란 섬진강을 들러싼 주변 농촌의 모습을 주로 시의 소재로 삼아을 뿐만 아니라, 그가 몸담고 있는 농촌의 현실을 우리 사회 전체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그것들의 바탕을 이루는 역사라는 큰 흐름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도 이런 맥락에서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말 많고 탈 많은 한미 FTA협상이 미국 워싱턴에서 6월 5입부터 9일 1차 협상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농업, 섬유, 위생검역(SPS), 무역구제 등 4개 분과에서 통합협정문을 마련하지 못하고 쟁점별 협상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농업분과에서 한국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저율관세수입물량(TRQ)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완강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우리 농촌의 현실은 급격한 고령화 속에서 새로운 혁신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촌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현실과 어긋나는 면이 많이 있다. 이제부터라도 정말로 ‘풍요로운 농촌’, ‘살기좋은 내 고장’을 만들기 위해 보다 현실적인 정책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신배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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