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시의향기(226)-김남조‘너를 위하여’
[연재]시의향기(226)-김남조‘너를 위하여’
  • 안진아 기자
  • 승인 2006.06.07 0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의 밤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을 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祝願).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


김남조(1927~ )‘너를 위하여’( <풍림의 음악>, 1963)
-----------------------------------------------------------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으로 사랑의 원초적인 힘을 종교적 시각에서 승화시켜 노래하는 시인이다. 시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조용한 밤이면 오래도록 단 하나의 간절한 마음을 기도에 담는다. 그리고 살며시 눈을 뜨는 순간 넘쳐흐르는 기쁨을 갖는다. 또한 고독한 자신의 존재를 돌아보며 베푸는 사랑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모든 사랑의 마음을 그대에게 헌신적으로 주고 싶고, 그리하여 당신에게 사랑을 보낼 수 있도록 세상의 모든 존재가 있고 삶의 기쁨이 있다는 것이다.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을 간직한 사람들이 아직도 이 땅에는 무수히 많다. 따라서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자신의 사랑을 바칠 수 있는 대상 또한 많을 것이다. 그 만큼 삶은 성스럽고 아름다운 존재이다. 이제 5.31 지방선거가 모두 끝났다.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나 모두 이 땅을 사랑하는 사람들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사람임을 입증하는 길은 이제부터 숭고한 영혼을 가진 시민들에게 진정으로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오직” 시민을 “위하여/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신배섭■시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