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 마을 이장님①
이장님, 우리 마을 이장님①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15.10.0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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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둔면 고척2리 ‘범죄 없는 마을, 효부 마을’ 자긍심 높아

이장은 한 동네를 책임지고 이끄는 마을의 지도자이다. 지금은 많은 지역이 도시화되어 아파트가 중심을 이루는 곳에서는 통장, 내지는 동대표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그 역할 또한 축소된 것이 현실이지만 지난 시절 우리나라를 잘 살게 만드는데 최일선에서 땀흘리며 봉사한 숨은 공로자가 바로 이장이다. 국가의 최소 행정 단위를 이루는 마을은 인체로 치면 모세혈관이라 할 수 있는데 모세혈관의 흐름이 원활해야 건강한 육체를 유지할 수 있듯이 한 마을이 평화롭고 풍요로워야 나라의 평화와 안정을 기약할 수 있다.

도농 복합도시인 이천시에도 살기 좋은 마을을 가꾸기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이장님들이 많다. 이에 본지에서는 ‘이장님, 우리 마을 이장님’을 찾아가 소개하는 지면을 마련해 보았다. 독자님들의 많은 제보를 기다리며 이번 호에는 그 첫 순서로 신둔면 고척2리 정용구 이장님(60)을 만나 본다.

 

▶ 고척리는 어떤 곳인가, 그리고 마을의 자랑을 좀 해 달라.

고척2리는 양각산 줄기 아래 학암저수지를 안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동네 앞으로 중부고속도로가 나기 전에는 그야말로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지금도 물좋고 공기가 좋을 뿐만 아니라 교통 접근성이 좋아 젊은층의 귀농 인구가 유입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원룸 가구 등을 제외한 독립가구 27호의 소규모 마을에 어린이들이 18명이나 된다. 우리 마을의 가장 큰 자랑거리이다. 아이들이 희망이고 자랑 아닌가?(웃음) 그런데 아직 아이들이 마음놓고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없다. 그래서 올해 시청에서 3500만원 지원을 받아놓았다. 부지가 확보되는 대로 어린이놀이터를 만들 계획이다. 현재 마을 앞으로 대규모 도예촌이 건설 중인데 완성되고 나면 다양한 문화 향유도 기대되는 곳이다.

 

▶ 범죄 없는 마을, 효부 마을이라는 소문도 있다. 어떤 내용인가?

우리 마을에는 술집이 없다. 심지어 구멍가게도 하나 없다. 음료수를 하나 사려고 해도 관광대학 쪽으로 나가야 편의점이 나온다. 그것이 범죄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외진만큼 인심이 질박하다는 뜻이다. 몇 차례 범죄 없는 마을 표창을 받은 적이 있어 그런 소문이 났는가 보다. 범죄없는 마을의 선정 기준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마을 구성원 중 누구 하나라도 10만원 이상의 교통범칙금만 물어도 안 된다. 주민들이 힘을 합쳐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생각이다. 그리고 이웃에 시집온 새댁이 요즘 보기 드물게 7년 동안 병석에 누운 시아버지를 정성껏 봉양해 시로부터 효부상을 받았다. 병을 앓던 노인은 경북 안동이 고향인데 올여름 세상을 떴다.

 

▶ 이천 토박이인 걸로 안다. 고척리에도 귀농 귀촌 인구가 점점 늘어날 텐데.

조상 대대로 이곳에서 살아왔다. 교육자이신 부친의 권유로 부천에 나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와 군대생활 한 시기 말고는 줄곧 고향을 지키며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 토박이나 원주민이라는 말은 별 의미가 없다. 도농 가릴 것 없이 그야말로 다문화 시대 아닌가. 지금 우리 마을도 외지인 가구 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 누구든 마을공동체에 공감하고 정을 나누려는 마음이 있다면 차별없이 받아들인다.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우리 마을을 찾아주는 모든 분들이 고맙다.

 

▶ 마을회관 2층에 노래방도 있고 당구를 치는 곳도 있다. 누가 주로 이용하는가?

마을에 가게나 술집은 물론 오락시설도 전혀 없었다. 그래서 젊은 부부들이 노래방을 가려고 해도 차를 가지고 시내로 나가야 한다. 불편하기도 하고 자칫 음주운전의 위험도 있고 하여 노래방 시설을 만들었다. 몇 해 전 음향, 조명기구 등을 용산전자상가에 나가 사비를 들여 최신품으로 직접 구입해 왔다. 마을 행사가 있거나 여가 시간에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한다. 곁에는 당구대도 하나 설치해 놓았는데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데 한계가 있어 철거를 하고 탁구대로 교체하려고 한다.

 

▶ 마을 입구에 보기 드물게 이장 공적비가 서 있더라. 누구의 것인가? 17년 장수 이장으로 마을을 잘 이끄는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웃해 있는 고척1리 전 이장님 공적비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는데 마을 발전을 위해 헌신한 분이라고 주민들이 뜻을 모아 세운 것이다. 남의 공을 인정하지 않고 헐뜯거나 깎아내리기 좋아하는 요즘 세태에 비춰보면 아름다운 풍속의 결과물이라 본다. 17년 동안 이장을 맡아왔지만 비결이 따로 있겠나? 마을 주민 모두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뿐이다.

 

▶ 참 여러 가지로 아름다운 동네이다. 사모님도 마을과 고장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하며 힘을 보탠다고 하는데 소개해 달라.

자랑 같아서 뭐하지만 젊었을 때는 나보다 더 많이 활동했다. 38세 때 경선을 통해 최연소로 신둔면 새마을부녀회 총회장을 맡았고 역시 최연소 농협 이사도 지냈다. 지금은 손주들을 돌보며 마을 일에 힘을 보태고 있는데 성격이 밝고 적극적이서 배짱이 잘 맞는다. 가끔 의견이 맞지 일이 있다면 남에게 서로 더 많이 베풀자는 문제로 다투는(?) 정도이다.(허허)

 

▶ 끝으로 앞으로의 희망이나 포부가 있다면 말해 달라.

나름대로 바쁘게 살다보니 어느새 환갑이다. 할아버지 소리를 들으며 가끔 지난 세월을 돌아본다. 지금도 메모하고 글쓰는 일을 좋아하는데 문학은 내 젊은 시절의 꿈이기도 하였다. 시인이나 수필가 이름은 달지 못했지만 시인이나 수필가의 가슴으로 살아가고 싶다. 더 유능한 분에게 이장 자리를 물려주는 것도 바람이라면 바람이다. 그리고 마을 앞 학암정을 지키는 고목처럼 늙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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